무지개와 매미울음

장마가 40일만에 물러갔다고 합니다. 이번 장마는 그간의 기록을 갈아치웠답니다. 중부지방에 평균 800㎜가 넘는 비가 쏟아져 평년의 3배를 넘었답니다. 장마 기간도 길고 비도 이렇듯 많이 왔는데 한 가지 이상한게 있습니다. 바로 무지개를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비가 그치면 동구 밖 키 큰 나무에 걸쳐 있거나 산 위에 두둥실 떠있던 무지개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신비롭고 황홀했습니다. 우리는 그 무지개를 꿈 속까지 끌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무지개가 뜨지 않았습니다. 대신 번개와 천둥이 도시를 덮쳤습니다. 무지개는 하느님이 `너희를 보살피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뭔가 수상합니다.

가로수에서 매미가 웁니다. 아니 운다기 보다는 악을 씁니다. 매미울음은 수컷이 짝을 부르는 소리랍니다. 매미의 유충은 짧게는 7년, 길게는 17년 동안을 땅 속에서 보낸답니다. 도시의 소음보다 크고 버스의 경적보다 날카롭습니다. 무엇이 절박하기에 저토록 피가 나게 울까요? 그래도 짝을 부르는 저 매미소리가 위안입니다. 짝을 찾음은 희망이요, 그것은 우리의 내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지개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매미가 빨리 짝을 찾아 거리에서 매미소리가 밟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택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