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꽁치 한 마리


 고1인 영호는 벌써 사흘째 결석이었다.
퇴근 후 담임인 김교사는 가파른 언덕을
한참 올라가 방 두 칸짜리 영호네 집을
찾았다. 방안은 어지러웠고 온갖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직 저녁도 못 먹었구나,
그렇지?" 김교사는 구석에 던져진 라면
두 봉지를 끊여 먹으며 처음으로 영호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영호는 초등학교
3학년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밤무대 밴드
마스터인 아빠와 단 둘이 살았는데 아빠
는 잦은 지방 출장으로 한 달에 절반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선생님,
실은 저 록카페에서 일해요, 사람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어 좋거든요."
"그래도 공부는 때가 있단다. 아무리 힘
들어도 학교는 나오도록 해라." 다음날부
터 김교사는 아침마다 모닝콜을 해서 영
호를 깨웠다. 그러나 일주일쯤 지나자 다
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새벽6시, 김교사
는 아예 영호네 집으로 차를 몰았다.
 영호는 그후부터 조금씩 달라져 갔다.가
끔 수업시간에 질문도 하고 학급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적도 조금씩 올라갔다. 그러나
한달쯤 지났을 때 영호는 자퇴서를 냈다.
"선생님, 노력해 봤지만 학교와 저는 도저
히 맞질 않아요."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지자
김교사는 드디어 포기하기로 했다. 마지막으
로 따뜻한 밥이나 한끼 먹이고 싶어 영호를
데리고 식당에 갔다. 상위에 꽁치구이 한 마
리가 올라왔다. 영호가 식당 주인에게 물었다.
"이 꽁치는 어떻게 요리하는 거죠?" 영호의
다음말이 가슴을 쳤다. "내일 아빠가 오시는
데 해 드리면 맛있게 잘 드실 것 같아서요."
순간 김교사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이렇게 착한
아이를 포기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느덧 김교사의 머리속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다.
      
          빈터를 보면 꽃씨를 심고 싶다/과일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