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로 남자 유혹? 알아두면 유익한 '사랑 실험'들

우리 주위에는 일명 ‘작업의 달인’들이 있다. 수시로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연애도 하고 싸움도 하고 화해도 하고 이별도 하고, 그리고 또 사랑에 빠지고... 한마디로 사랑을 잘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연애에 소질이 없는 사람은 “누군가 나에게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릴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좌절에 빠진 수백만 솔로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 있다. 독일 《타게스슈피겔》지의 과학전문 기자 바스 카스트는 수십 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의 실험을 바탕으로 ‘사랑의 과학’에 대한 책인 《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를 썼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누구나 연애를 잘 할 수 있도록 타고났으며, “본능에 충실”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남자/여자를 내 방식대로 꼬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문제는 그 ‘본능’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이다. 《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는 커플 심리학과 연애행동 연구의 핵심 성과들을 통해 ‘사랑의 본능’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책에 소개된 과학 실험과 그 결과들 중에는 우리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뒤통수를 후려치고, 아하 그렇구나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하는 내용들이 많다.



실험 1.  남자는 쳐다보기만 해도 넘어온다


연애를 걸 때 칼자루를 쥐는 쪽은 누구일까?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험을 실시했다. 심리학자 데브라 윌시와 제이 휴이트는 매력적인 여성이 매일 저녁 8시에서 9시까지 칵테일 라운지에 앉아 있으면서 남자들에게 각기 다른 세 가지 태도를 취하도록 하고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1) 매우 도발적인 태도: 바에 있는 특정 남자를 반복해서 쳐다보고 그와 눈을 마주치면 미소를 짓는다.

2) 도발적인 태도: 1과 같은 행동을 취하지만 미소는 짓지 않는다.

3) 새침한 태도: 남자에게 시선을 한 번도 주지 않는다.


결과는 매우 명백했다. 1)의 경우 60퍼센트의 남자가 실험 도우미의 테이블로 왔다. 2)의 경우는 다가오는 확률이 20퍼센트로 떨어진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는 여성에게 다다가는 남성은 몇 명이나 되었을까? 단 한 명도 없었다.


결론: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쳐다봐주어야만 다가온다.



실험 2.  눈길을 주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보다 구체적으로 시선의 효과를 실험해보았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행동학 연구소의 트라미츠 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도우미 에스테르는 아름다운 여배우다. 뮌헨의 잘나가는 술집으로 가서, 연구자는 사전에 유혹하는 요령을 훈련받은 에스테르를 바에 앉히고 카메라로 그녀의 모습을 촬영했다. 에스테르는 정해진 시간 간격에 따라 카메라가 남자인 양 유혹했다.


연구자는 촬영한 필름을 가지고 연구소로 돌아와 일군의 남성들에게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남자들은 화면 속에 있는 여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수록 준비된 레버를 세게 밀도록 했다. 레버 옆에는 버튼이 있는데, 이것은 미모의 여배우가 자기와 사귀고 싶어 한다고 100퍼센트 확신할 때 누르도록 했다. 그 결과는?



-미모의 여배우가 맨 처음으로 수줍은 듯한 시선을 한 번 보내는 것만으로도 8퍼센트의 남성이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확신하고 레버를 밀었다. 영상이 시작된 지 고작 29초만이었다.


-여배우가 두 번째로 잠깐 눈길을 주자 다시 11퍼센트의 남성들이 ‘이 여자는 나를 원해’라고 생각했다. 36초만이다.



-48초에 다시 한 번 시선을 주자 세 번째로 ‘누르기 물결’이 몰아쳤다. 그중 몇몇 남성들은 다른, 더 미묘한 유혹 신호에 반응했는데, 바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는 행동이었다.


-77초째에 다시 네 번째 시선을 보내자 남자들의 50퍼센트가 화면 속의 낯선 여자가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2분이 지날 무렵, 다시 한 번 시선을 주자 남자들의 71퍼센트가 여배우가 자신을 사귀고 싶어 한다고 확신했다. 맨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신중한 남성 한 명도 5분이 지나자 버튼을 눌렀다.


결론: 여자가 딱 한 번만 쳐다봐도 그녀에게 꿍꿍이가 있다고 믿는 남자들이 있지만, 대부분 몇 번의 도발이 필요하다.


이때 버튼을 빨리 누르는 남성과 늦게 누르는 남성의 차이는, 남성 본인이 이성 교제에 대해 갖고 있는 자신감과, 상대 여성에 대한 그의 취향의 차이뿐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적인 점은 남성들은 일단 어떤 여성이 자기에게 마음이 있다는 생각이 굳어지면 이런 확신을 절대로 버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여성 실험 도우미가 거절의 신호로 등을 돌렸을 때도, 남자들은 자신의 판단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험 3.   원하는 남자를 꼬시려면 위기 상황을 만들어라


두 명의 캐나다의 심리학자들은 유혹에서 장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자연공원 캐필라노 캐니언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보행자용 현수교가 있다. 이 다리는 폭이 1미터 남짓한데 비해 길이는 140미터나 된다. 거대한 삼나무들에 둘러싸인 채 좔좔 소리를 내며 흐르는 캐필라노 강 위로 70미터 높이에 매달려 있다. 난간은 낮고 다리는 끊임없이 기우뚱거리고 흔들린다.


강 상류에는 다리가 하나 더 있다. 단단한 삼나무 목재로 되어 있고 강 위로 3미터 높이에 있으며 흔들거리거나 기우뚱하는 위험 요소는 없다.


연구자들이 고용한 예쁜 여성이 간단한 설문지를 들고 공원에 가서 각각 두 개의 다리 위에서 남자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한다. 대부분의 남성은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다. 실험 도우미는 자연 풍광이 창조적 표현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중이라고 하면서 연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면 ‘시간이 더 있을 때’ 전화하라며 설문지를 다 작성한 남자들에게 종이 한 귀퉁이에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실험 결과, 현수교 위에서 설문에 응한 남성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이 다시 전화를 걸어온 반면, 나무다리에서 설문에 응한 남성 16명 중 단 2명만이 프로젝트가 궁금하다는 핑계로 수화기를 들었다. (참고로, 남성 도우미가 설문지를 나눠준 경우는, 단 한 통의 전화벨도 울리지 않았다.)


결론: 높고 흔들리는 현수교는 우리 뇌에 ‘조심해, 위험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위험을 감지한 뇌는 몸에게 경계 태세를 취하도록 신장 위에 위치한 부신에 신호를 보낸다. 부신은 아드레날린을 저장하고 있으며 신경계가 명령하면 이 흥분 호르몬을 분비해, 눈 깜짝할 사이에 신체의 힘이 활성화된다. 그러면 뇌는 이러한 각성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이유를 찾는데,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엉뚱한 원인을 선택하기 쉽다. “이 여자가 내 무릎이 후들거리고 배 속이 울렁거리게 만드는 걸 보면, 내가 이 여자를 아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게 분명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너무 엉뚱한 결론이라고? 천만의 말씀. 이러한 생각을 확실히 입증해주는 또 다른 실험이 있다.




실험 4. 사랑에 빠져서 가슴이 뛰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뛰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


젊은 남자들에게 《플레이보이》지 슬라이드를 보여주고 슬라이드 속 여성의 매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때 연구자는 사전에 피실험자들의 가슴에 마이크를 부착하고 그것을 오디오 기기에 연결해서, 피실험자들은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남자들은 자기 심장박동이 아니라 미리 녹음해둔 박동 소리를 듣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특정 슬라이드에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소리를 듣도록 설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남자들은 자신의 심장을 더 쿵쾅거리게 만들었다고 믿은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었다.


결론: 상대를 원해서 가슴이 뛰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뛰면 상대를 원하게 된다. 고로, 원하는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무조건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장소,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는 곳으로 가라! 시끌벅적한 바, 낯선 얼굴들로 가득한 컴컴한 댄스클럽, 어스름한 조명의 술집, 시끄러운 음악이 있는 곳 등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실험 5. 여자는 어떤 남자를 좋아하나?


남성에게 주로 분비되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흥분했거나 화가 나거나 공격적이 되었을 때 분비되지만, 극도로 기쁠 때도 수치가 높아진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외모를 더욱 남성적으로 만들어준다. 즉 턱이 각지고 턱 끝이 두드러지며 눈썹 뼈가 커져서 눈이 작아 보이게 된다. 눈썹은 숱이 많아지고 입술은 얇아진다.


한편 테스토스테론은 면역 체계를 방해한다. 그러므로 신체 방어력이 높을수록 더 높은 농도의 테스토스테론을 견뎌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결국 근육질 외모의 남성이 신체적으로 더 강하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생물학적으로 우위에 있는 “돌쇠형”이 여성들에게 훨씬 더 인기가 높아야 옳다.


그러나 피실험자 여성들에게 컴퓨터 모니터 속에 주어진 얼굴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보라고 하자, 많은 여성들이 주어진 남성을 보다 여성적인 외모, 즉 “꽃미남형”으로 바꾸었다. 또한 다양한 “돌쇠형”과 “꽃미남형” 얼굴들을 보여주고 점수를 매기게 하자, 남성미 넘치는 얼굴형은 저조한 점수를 받았으며, 아버지로서의 평가에서도 매우 낮은 성적을 보였다.


결론: 여자들은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근육질 과다형 남성에게 본능적인 혐오감이 있는 듯하다.



실험 6. 여자들은 다정한 남자를 원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여성들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건강하고 면역력이 강한 남성, 즉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은 남성을 선호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론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여성들은 근육질형 남성보다는 여성적인 꽃미남형을 더 좋아했다. 생물학적 우성이 적자생존(자연선택)에서 밀려나는 이러한 결과의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이 미국의 퇴역군인 4462명의 결혼생활을 관찰한 실험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은 군인들은

1) 결혼한 비율이 낮다.

2) 결혼을 했더라도 바람을 피우는 비율이 더 높다.

3)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4) 이혼율도 더 높다.


즉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인자를 갖고 있지만,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위험의 소지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은 남성, 보다 다정다감하고 충실하며 자상한 남자를 원한다는 것이다.




실험 7. 여자의 마음은 오락가락한다


비엔나의 과학자 칼 그라머는 290명의 여성에게 안드로스테논의 냄새를 평가하게 하는 조사를 했다. 안드로스테논은 남성의 겨드랑이 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냄새 인자로 테스토스테론의 분해물이다.


실험 결과, 여자들은 평상시에는 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배란 직전의 여자들은 관대한 점수를 주었다. 즉 테스토스테론은 가임기의 여성에게는 매력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악취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여자들도 유전적으로는 강한 남성, 우성 인자를 많이 가진 남성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문제에서는 문화적 사회적 이득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적 본능이 영향력을 덜 발휘한다는 것이다. 


결론: 여자들은 평소에는 부드러운 남자를 원한다. 그러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는 강한 남자를 원한다. 즉 여자는 갈팡질팡한다. 그러니 여자들은 자기 마음을 잘 살펴본 다음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실험 8.  잘 싸우고 잘 사는 비결― 5 대 1을 지켜라


워싱턴 대학 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존 고트맨의 애정연구소는 커플들의 싸움의 유형을 분석했다. 고트맨과 그의 연구팀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결혼 햇수의 130쌍의 기혼자들에게 일상의 문제거리들을 주제로 15분간 의논하도록 하고 그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이때 싸움을 진정시키거나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등의 긍정적인 행동 유형에는 플러스 점수를, 상대의 화를 돋우고 자극적인 말을 하는 부정적인 행동 유형에는 마이너스 점수를 주었다. 


관찰 결과, 행복한 커플과 불행한 커플의 싸움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행복한 커플들은 갈등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행동 유형을 보여주는 반면, 불행한 커플들은 싸움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 행동 유형을 되풀이했다. 이러한 실험을 바탕으로 고트맨은 부부 한 쌍이 대화하는 모습을 2분만 관찰하고서, 장차 그 부부가 이혼할지 안 할지를 예측할 수 있었는데, 그 정확도가 83퍼센트에 달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행동 유형의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 ‘비율’이 더 결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즉 긍정적 행동과 부정적 행동의 비율이 5 대 1일 때 가장 애정 어린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싸움만 잘 하면 행복한 커플이 될까? 싸우면서도 계속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 진짜 사이좋은 커플이 되기 위한 다른 비결이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줄 실험이 있다.




실험 9. 싸움의 쟁점에 충실하라


심리학자 실라스는 다양한 문제로 싸우는 커플들을 보다 자세하게 관찰했는데, 그 결과 행복한 커플들은 대부분 말다툼의 주제, 즉 본론에 훨씬 잘 집중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싸움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우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싸움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


반면 문제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무조건 상대를 비난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지레 포기하거나, 상대의 말을 아예 귀담아 듣지 않는 경우에는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매우 떨어졌다.


결론: 싸울 때는 항상 지금 왜 싸우고 있는지를 잊어버리지 말것.




실험 10. 남의 떡보다 내 떡이 최고

행복한 커플은 자신의 파트너가 이상형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어떻게 극복할까?


미국의 심리학자 샌드라 머레이는 여러 커플들에게 지성, 유머, 관용, 사회적 능력, 인내심, 개방성, 온정 등의 특성을 열거한 긴 목록을 주고 자기 자신과 배우자의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다. 그 결과 행복한 커플들은 자기 자신보다 배우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반대로 불행한 커플은 파트너에게 친한 친구들이 매기는 점수보다 더 낮은 점수를 주었다.


결론: 행복한 커플은 자신의 파트너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두 사람이 서로를 더 미화할수록 더 금실이 좋았다.

출처: <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   이레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