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의 연애체질

연애는 두뇌의 화학적 작용이다? 그렇다면 내가 연애를 못하는 것은 나의 성격이나 외모가 아닌 ‘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연애에 부적합한 뇌? 트레이닝으로 연애 체질의 뇌로 바꾸는 비법.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머리’가 아프지 않고 ‘명치’ 끝이 아프다. 멋진 남자를 만나면 심장이 두근대지 머리가 떨리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난 사랑을 느끼는 것은 당연히 ‘뇌’ 가 아니라, ‘심장’ 이라고 생각하던, 사랑에 관한 한 감상적 낭만주의자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삼순이도 아닌데, 나의 심장에 이상이 생긴 듯했다.

이성적인 판단 기준에서 뭐 하나 모자랄 것 없는, 더군다나 내가 남자에게서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하던 ‘취향’과 ‘대화’ 과 잘 통했는데도 심장이 동요하지 않는 거였다. 그에게서 동물적인 섹시함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일까. 손을 잡는데도 예전(20대라고 해두자)보다 다섯 배의 시간이 걸렸으며, 늦은 새벽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수다를 떠는데도 그와의 스킨십은 영 당기지가 않았다. 그에게 신체적인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분히 남성성을 갖추었는데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뇌 신경학자는 사랑의 현상은 두뇌의 화학적 작용이라고 말한다. 한번쯤 들어봤겠지만 남녀의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진다고 밝혀진 바 있다. 남녀가 만난 지 2년을 전후해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 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이 변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와의 문제는 내 심장이 딱딱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의 감정에 관여하는 대뇌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 데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연애에 부적합한 성격이 있을 수는 있다. 가끔 농담으로 연애에 부적합한 ‘얼굴’ 이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다 이런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연애에 부적합한 성격이 아니라, 연애에 부적합한 뇌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내 연애가 출발만 좋고, 50m가 채 되기 전에 고꾸라지는 것도 결국 뇌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닐까?

일본의 뇌 신경학자 야부 박사는 “멋진 연애가 되지 않는 건 일반적으로 마음의 문제라고 여기지만, 의학적으로는 뇌의 문제입니다. 불행한 연애가 계속되면 행복한 연애를 하기 어려워집니다” 라고도 덧붙였다. 그건 불행의 패턴을 뇌가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뇌의 큰 기능 중 하나가 일어난 일을 처리해서 패턴화하여 기억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뇌는 새로운 사건을 기존의 패턴에 대입하는 걸 아주 좋아하지요. 결국 불행한 연애를 계속하면 새로운 연애를 해도 ‘언제나 있던 패턴이군’ 하고 치부해버리게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책은 뇌의 처리법을 바꾸어 패턴이 되는 걸 막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반복된 패턴으로 연애에 계속 실패하는 것은 뇌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일까? 연애에 부적합한 뇌를 연애 체질의 뇌로 훈련시키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난 연애 상담을 받기 위해 정신과를 찾아갔다.


마음에 드는 남자와 언제나 친구 사이로 끝나버린다

[원인] 의욕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가 충분치 못하다
친구 이상이 되고 싶지만 알릴 용기는 없고, 애매한 관계에서 끝나버리는 건 의욕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가 충분치 못해서다. 도파민이 작용하면 그때까지 미루던 일에도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다.

[해결 방법] 심리적으로 억압되어 있으면 도파민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다. 도파민의 분비를 늘리기 위해선 평소 미지의 사물을 낯설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력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나를 흥분시키는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것. 뇌가 행복하게 여기도록, 서로를 자극할 새로운 놀이나 이벤트를 만들어본다.


불쌍한 남자만 계속 사귄다

[원인]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옥시토신이 과다 분비되고 있다
뇌하수체가 내보내는 옥시토신은 여러 가지 애착과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으로 포유류가 모유를 수유할 때 분비될 뿐 아니라, 섹스로 오르가슴을 느낄 때도 분비된다. 옥시토신을 분비하는 뇌하수체가 어지러운 상태면 옥시토신이 과다 분비되고, 스킨십에 집착할 수 있다. 모성애가 강한 사람은 연민과 사랑을 구분 못해서 불쌍하거나 안된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이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해결 방법] 어릴 적 어머니의 사랑을 못 받았거나 그 반대로 엄격한 부모 아래서 자라 ‘윤리적인 잣대’가 너무 강한 경우, 불쌍한 남자하고만 연애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는 모성애와 로맨스가 동전 양면의 성격이 있다는 사실을 역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엄마처럼 베풀어주는 모성애의 한쪽에는 성적인 욕망도 숨어 있으니, 남자친구를 아들처럼 돌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남녀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긍정적인 성적 에너지로 활용하라.


나쁜 남자만 좋아하고 남자에게 계속 휘둘린다

[원인] 해마의 움직임이 약해져 있다
나쁜 남자만 좋아하는 것은 의존심이 강하거나, 어렸을 때 자란 환경이 성적으로 억압된 경우가 많다. 또는 반복된 연애의 실패로 인해 좌절이나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하게 되면 나중엔 남자가 하는 말을 의심하기보단, 아예 모른 척하는 게 편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잊어버리거나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건 기억하지 말자, 잊어버리자.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반복적으로 주입하면서 최면 효과에 빠져드는 것. 뇌에서 ‘이건 기억하자, 이건 기억하지 말자’ 하고 나누는 것이 해마 부위다. 해마의 움직임이 약하면 기억 활동에 문제가 생긴다. 고통스러운 일을 당해도 아무 느낌이 없다면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건 당연하다.

[해결 방법] 해마를 활성화하려면 새로운 체험이나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좋다. 어학이나 댄스, 악기, 미술 등 무언가 기억력을 자극하여 학습 효과가 있는 것을 배워본다.


사귀어도 금방 헤어진다

[원인]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는 밀러 뉴런이 둔해져 있다
상대에게 공감할 때 활발하게 움직이는 뇌의 신경 세포가 밀러 뉴런. 어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볼 때에 자신의 뉴런에도 매우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서 감각이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갑자기 따라 울거나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흐뭇해 하며 공감을 느끼는 것은 밀러 뉴런의 기능 중 하나다. 밀러 뉴런이 둔하면 상대의 기분을 느끼거나 행동하는 의도를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마음이 엇갈리게 되고 헤어지는 원인이 된다.

[해결 방법] 밀러 뉴런을 활발하게 하려면 시각·청각 등의 오감 모두 동원해 무엇인가를 따라 하는 것이 좋다. 연인과 함께 무엇을 배우거나, 거울을 보고 춤추거나, 레시피에 의존하지 말고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애를 하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원인] 뇌가 늘상 도파민을 내보낸다
뇌는 강하게 상상한 일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특징이 있다. 목표를 세우면 뇌는 도파민을 내보내 극단적일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진세 원장은 “도파민 분비에는 습관성이 있어 이미지로 말하자면 한 바가지 정도 내보내고 나서 조금이라도 그 양이 줄어들면 계속 그만큼 내보내고 싶어 합니다. 그게 사랑에 빠지는 효과로 나타나지요”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연인과의 달콤한 시간을 상상할 때. 지난 주나 어젯밤 등 과거의 기억에 빠지면 뇌가 뒤로 돌아가기 때문에 현재진행형인 일에 지장이 생긴다.

[해결 방법] 도파민 과다 분비는 목적 지향적으로 되기 때문에 질투나 의부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요가나 명상을 통해 목적 지향적인 목표를 컴다운시키는 것이 좋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물질 중 하나가 바로 마그네슘이다. 적절한 마그네슘을 섭취하면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면 성욕 또한 증가한다. 그럴 땐 남자를 ‘섹스’로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데 성욕이 과다한 것을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취미 생활 등으로 에너지를 분산해 균형을 잡는 게 좋다.


짝사랑만 한다

[원인]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이 부족하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로 안정감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적으면 무기력해지거나, 자존감을 잃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심한 스트레스는 세로토닌 분비를 억제하는데, 세로토닌이 감소할수록 자극이나 통증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자살하고 싶거나 싸우고 싶어진다.

[해결 방법]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려면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특히 돼지고기, 오리 고기, 우유, 치즈, 바나나, 초콜릿, 생선 등이 트립토판 공급 식품. 햇빛을 쬐거나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음식과 운동도 중요하지만 짝사랑만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부터 사랑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자아 실현에 관한 행복한 영화나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언제까지나 실연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원인] 신선한 기억을 돕는 신생 뉴런이 생기지 않는다
큰 실연은 뇌에게 극단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된다. 김진세 원장은 “기억 창고는 새로운 신호가 들어오면 과거의 것을 저장해두는 기억과 새것을 바꿔치기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싫은 기억을 지우고 기억을 바꿔치기 하는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쇠퇴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세틸콜린은 ‘이것은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느끼는 미지의 체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억하려고 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기억이한 기계를 작동하는 오일과 같은 역할은 한다. 아세틸콜린이 원활히 분비되지 않거나 심하면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해결 방법] 뇌세포의 신진대사에는 숙면이 중요하다. 적절한 수면과 숙면을 취하도록 하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집 안의 인테리어를 바꾸어 환경에 변화를 주거나, 지금까지 만나본 적 없는 타입의 이성과 만나는 것도 실연을 극복하는 한 방법. 뇌의 영양 공급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비타민 B가 함유된 음식인 감자·돼지고기·참깨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에디터 : 여하연 / 도움말 : 김진세(고려제일신경정신과 의원,원장)>

출처 : [앙앙]
기사제공 : (주)엔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