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배우 리즈 위더스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영화 ‘앙코르’(원제: 워크더 라인)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갈채를 받았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골든 글로브, 전미 비평가 상 등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던 만큼 그녀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상대에서 그녀는 자신의 두 아이들과도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늦은 시간이니 아이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으면 한다는 소감을 전해 또랑또랑한 엄마의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금발이 너무해”로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올해 아카데미상을 받는 그 순간까지 그녀는 그렇게 영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팬들에게 다가왔다. 현재 헐리웃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른 그녀는 물오른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야무진 자기 관리와 연기력은 한 순간에 가라앉을 수 없을 만큼 견고해 보인다.

리즈 위더스푼은 1976년 3월 22일, 군의관인 아버지와 간호학 박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군복무로 인해 독일에서 체류했으며, 후에 미국 테네시 내쉬빌에 정착했다. 그녀가 성장한 테네시 주는 미국 남부에서도 촌에 해당하는 곳으로, 리즈는 꽤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는 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루이뷔통을 몰랐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리즈는 7살에 잡지나 TV 광고 모델 일을 시작으로 처음으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는다. 당시 그녀의 하루 일당은 50불(5만원 선)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1990년부터 제법 큰 영화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지만, 출연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1994년 스탠포드 대학 영문과에 입학했고, 이후 몇 년간은 학업에 몰두하며 간간히 영화에 출연해왔다. 그녀가 연기자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영화 플레전트빌(1998),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9)에 출연하면서 부터였고, 그녀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 함께 출연했던 라이언 필립과 99년 깜짝 결혼을 올리기도 했다. 둘은 사랑스러운 외모의 하이틴 스타커플로 타블로이드 지를 장식하기 시작했고, 리즈는 도리어 결혼과 출산 후 인기가 올라가기도 했다.


<플레전트빌과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 출연할 당시 모습>



주로 작품성있는 영화에 출연하고자 했던 리즈는 처음 ‘금발이 너무해’ 대본을 보고 형편없는 틴에이저 물이려니 하고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본을 읽은 그녀는 주인공 ‘엘 우즈’가 의외로 호감가는 인물이라 판단했고, ‘엘 우즈’의 캐릭터가 가슴 큰 금발 미녀는 멍청하기만 할 것이라는 모든 이들의 선입관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녀의 예감은 적중했고, 영화는 대 히트를 쳤다. ‘금발이 너무해’는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주연했던 '클루리스'와 종종 비교되는데, 마론인형처럼 예쁘고 깜찍하기만 했던 '클루리스'의 여주인공에 비해 엘 우즈는보다 현대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졌다.


‘금발이 너무해'의 성공 이후 출연한 ‘스윗 홈 알리바마’에서 그녀는 100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는 거물 배우로 급성장했다. ‘스윗 홈 알리바마’는 시골출신으로 뉴욕에서 성공한 디자이너가 자신의 고향에서 진실한 사랑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실제 시골 출신으로 대성한 리즈 위더스푼의 실제 삶과도 어느정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속에서 리즈는 상원의원의 아들이자, 촉망받는 정치가 남자친구로부터 청혼을 받는데, 청혼 장소는 다름아닌 티파니 매장. 거물급 남자친구는 티파니 매장을 통째로 빌려 그녀에게 청혼했던 것이다. 영화 내용은 그저 그렇지만, 그 장면만큼은 시샘이 절로 나올 정도로 로맨틱하고, 그 장면 덕택인지 영화는 미국내에서 디 히트를 쳤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그냥 저냥 볼만은 하다.)

이어 ‘금발이 너무해 2’에서 그녀는 150억원의 출연료를 거뭐지며 다시 한번 금발 파워를 보여준다. 리즈는 영화 촬영 내내 너무 즐거웠다고 하는데, 평소에는 입을 수 없는 상큼발랄할 옷들을 50벌씩이나 갈아입을 수 있었던 점도 한 몫 톡톡히 했다고 했다. 영화 출연 당시 40켤레가 넘는 ‘지미 추’ 신발을 협찬 받았는데, 그녀는 자신이 신은 구두 전부를 자신이 소유한다는 계약서를 미리 작성하는 야무짐을 보이기도 했다. (참고로 지미추 구두는 한 켤레당 500불 선. 같이 출연했던 한 여배우는 이런 리즈를 부러워하며, 정말 똑똑하지 않냐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



<'금발이 너무해'를 테마로한 핑크 파티>


배우인 라이언 필립 사이에 현재 에바(6), 아들 디콘(3)을 두고 있는데, 아무래도 남편보다 훨씬 잘 나가다보니 불화 소문도 간간히 들리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 리즈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해결해 나가겠다’ 고 답하고 있고, 라이언 필립은 공식석상에서조차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기사 올해 있었던 모든 시상식에서도 리즈가 모든 상을 휩쓰는 동안, 라이언 필립은 후보지명에서도 제외된 채 들러리와 같은 씁쓸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영화가 주는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다.
아마도 쉽지만은 않은 인생에 대한 일종의 도피가 아닐까?
숨막히는 인생일지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즐길 수 있으니까…
나는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영화로 출연한다.
내가 영화를 통해서 희망과 사랑, 그리고 미래를 줄 수 있다면
나는 배우로서의 내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리즈 위더스푼-